“어메리카 퍼스트” 와 북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대북정책을 “맥시멈 인게이지먼트, 맥시멈 프레셔 (최대치의 포용, 최대치의 압박)”이라고 특징지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시키기 위해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하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과 비핵화에 관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맥시멈 프레셔 (최대치의 압박)”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개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 및 기관들을 겨냥한 미국의 단독행동을 포함하고 있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중국은 단연코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문제를 중국을 통해 푸는 이 정책은 실패하게 되어있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더 강력한 제재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설명해주었으므로 익숙한 주장은
되풀이하지 않겠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이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정부가 실제 우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다.
미국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고 상상해보자. 즉, 북한의 완전하고 확인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그런데 현재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과 지위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실행가능성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있다.
핵은 김정은정권의 레종데트르 (존재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내적으로 미 “제국주의”
압박에 굽실거리며 핵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면 정권은 생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비핵화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있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
어찌어찌해서 군사적 충돌이나 큰 붕괴, 그리고 이어지는 혼란과
분열 없이 마법처럼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해보자. 또한 새로운 북한정부가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북한정부는 어떤 정부일까? 아마도 친중정권일것이다. 김정은 정권을 제거하고, 다루기 덜 까다로운 정권으로 교체하는 데에는 결국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을 것이다.
교체된 새 북한정부는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아마도 군사적인 부분까지 중국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새 정부가 자국의 요구조건에 부응할 것을 확실히 해두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남한은 이제 국가안보를 위해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미 길들여진 상황에서 남한 내 미군 주둔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남한 내에서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중국도 이를 장려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해군이 동해와 태평양
북쪽에 직접 접근하길 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의 해군함대가 북한 동북지역 항구에 영구주둔하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게 된다.
또한 동해에서 중-러간 해군 협력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블라디보스톡이 돌 던지면 닿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미-일-남한이 이 지역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면
중-러-북한이 못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상황은 일본의 국가안보적 태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더 중요하게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태도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인가?
남한의 입장에서는 이제 통일을 위한 어떤 희망도 중국을 통해야 함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남한의 대중 무역량은 이미 대미 무역량의 두 배가 넘으며 이러한 새로운 조건 하에서 대중 무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음을 주목하라. 이는 남한이 국가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인 안녕에 대해서도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은 사실상 중국의 꼭두각시가 된 북한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북한) 과 더 이상 미국이 필요하지 않은, 중국의존도가 높아진 남한을 보게 될 것이다. 기억할 것은, 이것이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논리적인, 최상의 결과라는 점이다.
즉, 현 정책의 성공은 곧 한반도 전체에서는 중국의 지배적인 영향과 전략적인
포지셔닝,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역할 축소 및 미군사력이 일본으로 국한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것이 지역 내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헤게모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에는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트럼프대통령은 “어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추구할 것이며 외국과의 어떤 협상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 약속했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트럼트정부는 만들어진 북한핵위협의
위급성이 자신들을 확신시키도록 내버려두었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규정하는 최고자리를 두고 미,
중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G2의 렌즈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옵션들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에 실패했다.
진정으로 미국의 국익을 가장 먼저, 우선에 두는 더 나은
북한해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해법들은 한 발 물러서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비젼을 가지고 이 문제를 검토해야만
볼 수 있으며 핵문제에만 집중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계속해서는 볼 수 없다.
이것은 전형적인 “나무만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케이스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핵정책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트럼프정부의 대북정책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차이나 퍼스트” 정책에 가깝다.
이 글은 법륜스님의 북한관련 칼럼 시리즈 중 첫번째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