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은 절대 중국에 굽실거리지 않을 것인가
미정부 관리나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북한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중국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북한정권은 중국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고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현 북한 정권의 탄생배경이 된 동북아의 근대사를 간과하고 있다. 북한정부의 행동을 분석할 때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20세기 초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탄생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한 이후 북한정부를 건립하는데 중심역할을 하고 1994년 사망시까지 북한을 다스렸던 김일성은 만주지역에서 일제군대에 맞서 싸운 독립군 부대를 이끌었다.
실제로 북한정부를 구성한 핵심 지배계층이 국내외에서 항일운동을 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또한 오늘날 김정은을 지지하는 엘리트 계층의 핵심은 여전히 그들의 후손들로 이루어져있다. 말하자면 북한이라는 나라의 핏속에는 반제국주의라는 DNA 가 담겨져있다.
그런데 반제국주의는 일본이나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실 한국에 있어 전통적인 패권국은 늘 중국의 여러 왕조들이었다. 지금 제국주의 일본의 위협은 역사속으로 희미해졌지만 점점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은 그렇지 않다. 오늘도 북한의 지도층은 중국을 자기 정권유지에 주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말로는 북중동맹을 이야기하지만 김씨왕조는 외국정부와 관계맺는 정부 내 어떤 세력도 용인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북한정권의 유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956년 8월, 김일성은 자신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의심되는,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연안파를 숙청했다. 곧 이어 김일성은 마오쩌둥으로 하여금 북한에 남아 있던 모든 중국 군대를 – 한국전쟁에서 자신을 구해주었던 – 철수시키도록 했다. 김정일 또한 “중국을 절대 믿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장성택과 김정남이 죽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불신때문으로 보인다. 그 동안 두 사람은 중국이 현 북한 지도자의 잠재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라고 의심받아왔다.
이와 같이 중국의 압박이 – 그것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 북한의 국가안보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정부의 근원적 속성과 김정은 정권의 이익에 어긋난다. 이것은 북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과 중국은 사회주의 배경을 공통으로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계 역시 역사적인 의심에 의해 주도되었다. 지역의 어떤 리더든 중국의 간섭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역사 혹은 문화를 무시하고 엄밀히 국제관계의 시각으로만 본다 해도,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는 실제보다 과장되어있다. 현 정권들어 북한의 경제는 시장의 합법화와 개인농을 허용하는 농업개혁으로 식량생산을 증대시켜왔다. 그 결과로 지난 5년간 식량가격은 놀랄만큼 안정되었다. 사실 그 간 여러 해 동안 북한 식량가격은 국경 너머 중국보다 오히려 낮았다.
더 강력한 제재로 북한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주민들의 고통이 더 심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북한정권에게 고통을 줄 수 있지만 핵을 포기하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90년대 후반 대기근으로 최대 3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기근을 버텨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 60몇 년 동안 가장 고립되고, 제재를 가장 많이 받으며,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립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예상하는대로 북한이 행동할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가 합리적인 한계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북한 정권이 한계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고립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북한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외부의 압박에 갑자기 굴복하고 말을 잘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히 그것이 북한의 자주성과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핵무기와 관련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요약하자면, 제국주의적인 외세의 압박에 항거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세워진 나라가 외세의 압력, 특히 천 년이 넘게 한국을 괴롭혔던 전통적인 제국 세력인 중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일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울 지 모른다.
이 글은 법륜스님의 북한관련 칼럼 시리즈 중 두번째 칼럼이다.
*글쓴이는 불교승려로서 북한 관련 인도적지원 및 인권 활동을 해왔다. 서울에 위치한 국가안보정책 싱크탱크 평화재단의 이사장이다. 이메일주소는 pomnyun@pf.or.kr 이다.
*글쓴이는 불교승려로서 북한 관련 인도적지원 및 인권 활동을 해왔다. 서울에 위치한 국가안보정책 싱크탱크 평화재단의 이사장이다. 이메일주소는 pomnyun@pf.or.kr 이다.